내가 섭식장애?
섭식장애 (영어로는 Eating disorder)는 식이 행동과 관련된 생각과 행동을 통틀어 일컫는 것으로, 크게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구분된다. 체중이 느는 것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보이고, 체중 정도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거식증과 폭식증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많으며, 특히 폭식증의 경우 전체 일반 인구의 무려 1%, 여성 인구의 2~4%라는 보고가 있다. 실제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식사장애(섭식장애) 질환으로 진료받은 공식 인원은 총 6,873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8,846명으로 28.7% 증가했다. 실제 전체 인구의 약 1%가 섭식장애를 겪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병적인 다이어트 문화로 인해, 특히 외모의 잣대가 지나치게 높은 현대 사회에서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A양은 왜 식이장애를 가지게 되었을까? (1)
A양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먹고 자는 것에는 부족함 없이 자랐고, 초등학교 때부터 서구 문화에서 들어온 각종 패스트푸드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랐고, 고등학교 때는 부모가 준 용돈으로 스X벅X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친구들과 달콤한 프라푸치노, 바닐라 라테 등의 음료와 치즈 케이크 등을 점심 대신에 사 먹곤 했다.
대학교만 가면...
'대학교 가서 살 빼면 돼.' 혹은 '대학교 가면 다 빠져.'라는 엄마와 친척 이모들의 거짓말에 속아 공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고, 고3 때 몸무게는 최고치 84kg(키 163cm)를 찍었지만, 성적표의 점수가 좋으면 터질 듯한 교복 치마와 조끼는 용서(!)가 되었다. 대학교가 붙었고, 여리여리한 새내기의 로망을 실현하고 싶어 생애 첫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입학식까지 3개월, 헬스장에 등록했고 꾸준히 나갔지만 물론 웨이트 쪽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세계라고 생각했고 트레드밀 간혹 자전거만이 그녀의 베프였다. 식단은 간단했다. '덜 먹기' 혹은 '1200kcal 이하로 먹기'였거나 굶기였다. '적게 먹고 많이 운동 하면 돼...' 라는 다이어트 국룰 아닌 국룰을 따랐고, 생애 첫 다이어트에 갑작스러웠던 그녀의 몸은 -15kg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안겨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성인이 되자마자,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한국 여성 외모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잘못된 다이어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누구 하나 이것이 잘못된 길이라고, 그곳으로 가면 몸과 마음이 다치고, 훨씬 돌아가게 된다고 아무도 말려주지 않았다.
풋풋한 새내기의 좌절된 꿈
그렇게 풋풋한 새내기로 입학한 그녀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 살도 뺐고 66도 잘 맞고 이 정도면 괜찮아!' 하지만 이게 웬걸. 대학교에 연예인 뺨치는 날씬하고 예쁜 아이들이 넘쳐났다. 원래 예쁜 아이들, 원래 마르고 예쁜 아이들, 원래 마른 아이들, 독종이라 자기 관리에 목숨 거는(혹은 이미 섭식장애에 깊이 빠진) 아이들까지. 살을 뺐지만, 비교의 순간, 거울을 볼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돼지' 같이 느껴졌다. 자신 있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리를 내놓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때마다 코끼리 같은 허벅지, 튼튼한 종아리를 보며 '종이라 알 제거' 같은 수술을 남몰래 검색했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당시 구두에 검은색 반 스타킹을 신는 스쿨 걸 룩이 유행이었고, A양은 스쿨 걸 룩이 너무 입고 싶었다. 용기 있게 입고 간 날, 그녀는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견뎌야 했고, 심지어 도서관 입구에선 자신을 보고 키득거리는 남자 학생들의 무례한 태도를 견뎌야 했다.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 남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니었고,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못 입는 나라도 아니었지만, 모든 굴욕과 피해는 그녀의 몫이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탓하고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래. 살을 더 빼야지...'라고.
여자는 평생 다이어트...?!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그녀는 다시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만큼 살은 잘 빠지지 않았고, 그럴수록 그녀는 덜 먹고 운동에 집착했다. 어떤 날은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방안에 누워만 있었다. 하지만 체중계는 더디게 움직였고, 스트레스에 어떤 날은 밤에 폭식이 터져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을 1시간 안에 먹어 치웠고, 처음 경험하는 자신의 놀라운 식욕에 A양은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소화가 되지 않은 더부룩한 배를 움켜쥐고 잠이 들었고, 일어나자마자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어제 먹은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오늘은 종일 굶고 2시간 유산소를 해야겠다.' 그렇게 하루 이틀은 버텼다. 그러다가 점점 폭식하는 횟수가 늘었다. 폭식의 횟수가 늘면서 위가 커졌는지, 짧은 시간 안에 먹어 치우는 음식의 양도 2배, 3배로 늘었다. 그럴수록 체중계의 숫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폭식이 잦아진 다이어트로 3주 정도가 지났다. 어느 날 아침, 체중계의 숫자를 본 그녀는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무려 2.5kg가 찐 것이다. 그녀는 분명 '다이어트' 중이었는데... 폭식한 다음 날 혹은 그 이튿날까지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텨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찐 것이다. 그녀는 개강 날이 두려웠다. 살을 쫙 빼서 캠퍼스에 다니는 마르고 예쁜 아이들처럼 짠! 하고 나타나 인기 여학생이 되고 싶었다. 미니스커트에 반 스타킹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부러움의 시선을 받으며 당당하게 다니고 싶었다. 이렇게 태어난 자기 몸이 저주스러웠고, 매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두꺼운 허벅지, 팔뚝, 허리를 볼 때마다 다이어트를 멈출 순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덜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평생 다이어트'라는 말이 '역시 맞아.'라는 자조 어린 말로 자신을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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